노떼 로사 베르멘티노(Notte Rosa Vermentino Sale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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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고 좋은 술만 마시고 살수는 없습니다. 오늘은 가볍게 음식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가성비 테이블 와인을 마셔볼까 합니다. 목적에 맞는 합리적인 선택은 우리의 취미생활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사실 테이블 와인은 그 무엇보다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반주라는 아름답고 유구한 전통이 있습니다. 상당수의 한국 음식은 고추장, 된장, 간장, 마늘 등이 어우러진 폭발적인 감칠맛이 큰 특징이다 보니 곁들여 먹기 좋은 술을 찾기가 의외로 까다롭습니다. 섬세한 향과 맛을 자랑하는 고급와인 보다는 오히려 묵직하고 투박한 소주와 막걸리가 훨씬 잘 어울립니다. 그렇다고 주류애호가들이 소주와 막걸리만 마시고 살 수는 없다 보니 오늘은 집 앞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테이블와인과 잘 어울리는 한국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의 술 – 노떼 로사 베르멘티노 살렌토

해산물과 곁들여 먹을 화이트와인을 찾았습니다. 조건은 달지 않고 적당한 산미에, 목넘김이 가벼운 2만원대의 와인입니다. 노떼 로사 베르멘티노 살렌토는 이탈리아 와인으로 위 조건에 충분히 부합하는 합리적인 와인입니다. 저는 2만원 초반대에 구입했고, 할인도 자주 한다고 하니 그보다 싸게 구입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와인 라벨 보는 법은 여러 루트를 통해서 아시는 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Notte rossa는 와이너리의 이름입니다. 이탈리아어로 붉은 밤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Vermentino와 Salento는 포도품종과 지역을 말합니다. 살렌토 지방의 베르멘티노 품종이지요.

그 아래는 등급 표시입니다. 이탈리아와인은 잘 아시는 바와 같이 DOCG/DOC/IGT/VDT로 구성된 4가지 등급체계가 있습니다. 등급은 엄밀히 말하자면 제조방식에 있어서의 전통성, 품종의 순수성을 의미하지만 대략적으로 맛과는 비례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경험적으로 DOC 이상은 할인할 때 사서 먹으면 실패는 없었습니다. 노떼 로사 베르멘티노는 IGP(Indicazione Geografica Protetta) 등급입니다. EU의 분류체계인데 이탈리아 와인으로는 IGT에 해당합니다. DOCG/DOC에 비해서는 어느 재량이 들어갔다는 뜻이니 품질이 나쁘다고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오늘의 안주 – 새조개 샤브샤브

온라인으로 손질된 새조개를 주문했습니다.(안주는 늘 간편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무, 대파, 양파로 채수를 우리고 부족한 감칠맛은 멸치육수포와 참치액의 힘을 빌렸습니다. 제철을 맞은 미나리와 냉이, 버섯, 알배추도 새조개와 함께 준비했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국물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면 향긋한 향을 먼저 느낄 수 있습니다. 약간은 설익은 풀향기가 와인보다는 역시 소주가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새조개의 부드러운 식감은 다시금 와인과의 페어링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시음후기

초록색 아오리 사과를 연상하게 하는 색깔 띄고 있고 향기도 마치 풋사과와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제 맛은 달지 않고 드라이한 계열입니다. 적당한 신맛도 가지고 있어 가격대를 고려하면 맛의 밸런스가 아주 뛰어난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압도적인 향과 섬세한 맛을 즐기기에는 부족하지만 어느 곳 하나 모난 곳이 없이 무던한 풍미는 음식과의 조합을 목적으로 할 때에 훌륭한 특징이 될 것입니다.

추천하는 조합은 당연히 해산물입니다. 새조개 샤브샤브와 먹었을 때 봄채소의 향도 해치지 않고, 적당한 산미는 새조개의 맛을 더욱 돋보여 줍니다. 여운이 길지 않아 다양한 채소와 조개를 넘나들 때 중간 중간 산뜻하게 입을 씻어주는 역할로도 좋습니다.

해산물 뿐만 아니라 양념이 강한 한식과의 조합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곁들임으로 오징어 숙회를 단맛이 강한 초장과 함께 먹었는데 와인과의 조합이 괜찮았습니다. 맛과 향이 강한 양념 베이스의 음식과 조합했을 때는 마치 청주를 마실 때의 느낌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후기 요약>

해산물 샤브샤브와의 조합 : Good
제육볶음과의 조합 : 아마도 Good?
양념치킨과의 조합 : 아마도 Good?
두부김치와의 조합 : 아마도 Good?


식후 한잔 더? : 좀 더 좋은 와인으로 변경 추천

사족 – 페어링

가성비 와인과 고급 와인 사이에 품질에 있어서의 우열은 분명히 존재합니다만, 목적에 따른 적합성은 품질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상술했듯이 고급와인의 섬세한 향과 맛을 즐기기에는 양념이 강한 한식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 정도의 영역에 있는 와인은 단독으로, 또는 간단한 샤퀴테리, 치즈, 견과류 등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인 한식과 곁들여 먹기에는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가성비 와인이면 충분하지요.

사람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뛰어난 재능으로 혼자서도 빛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고, 조직 속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이도 저도 아닌 사람도 있지요) 그 자체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선망의 대상입니다. 아이돌, 스포츠스타, 유니콘 창업가, 스타강사, 인기유튜버 등 본인의 재능으로 큰 돈을 버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조직생활을 한다면 어떨까요? 마치 고급와인을 김치찜과 함께 먹는 것과도 같을 것입니다. 아무런 향과 맛을 느낄 수가 없겠지요. 김치찜에는 받쳐주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매일 매일 출퇴근하면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하는 저나 다른 보통인들 같은.

민희진 대표 이야기로 떠들썩합니다. 남의 일이고, 누구말대로 천상계의 싸움이지만 한마디만 거들어보겠습니다. 민대표는 고급와인이고 한식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잘먹었습니다.

저는 이만 자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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