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당 와인 페어링 중 두 번째 잔입니다. 메인요리인 스테이크와 페어링을 요청드렸고 정석대로 레드와인이 서브됐습니다. 정식당의 글래스 인심은 레드도 후하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와인은 언제나 옳습니다. 바롤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DM), 아마로네와 같이 소위 말하는 3대 이탈리아 와인은 사실 어떤 음식과 조합해도 실패하기 어렵습니다. 매 끼니 마다 와인만 마셔도 이탈리아 여행은 값어치를 충분히 합니다.

키안티 클라시코는 BDM과 동일한 산지오베제 품종으로 만든 와인입니다. 키안티 클라시코는 엄밀히 말해 키안티와 다른 와인입니다. 현대차와 제네시스 정도의 차이랄까요? 생산지역과 동급체계가 엄연히 차이가 납니다. 그란 셀지오네는 키안티에는 없는 최상위 등급입니다. 기존 리제르바가 24개월 숙성을 필요로 한다면, 그란 셀레지오네는 최소 30개월 이상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런만큼 장기 숙성 잠재력도 훨씬 높겠지요.

한우 안심 스테이크입니다. 40대가 되면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입맛인 것 같습니다. 부와 미식의 상징과 같았던 마블링 가득한 소고기는 이제는 손이 잘 안갑니다. 그런면에서 안심 스테이크는 적당한 부드러움과 적당한 육향으로 아주 좋습니다.
2010년 빈티지가 2017년 AWC 실버 메달을 받은 바 있습니다. 페이링한 글래스는 2016년 빈티지로 대략 8년 숙성이니 마시기 좋은 시점이라 생각됩니다. 이 정도의 와인이면 유통사에서도, 정식당에서도 꼼꼼하게 보관됐을 것입니다. 와인은 풀바디에 맛과 향이 아주 깊이 있습니다. 적당한 탄닌감이 있어 스테이크 등 고기와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페어링된 마담 플록 피노 버터가 주었던 만족감에는 못 미칩니다. 키안티 클라시코가 부족한게 아니라 먼저 마신 와인이 준 충격이 커서 상대적으로 기억에 남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따로 마신다면 가격이 관건일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저는 자러 갑니다.